원제는 ‘석봉초려시서집자음(石峯草廬詩序集字吟)’이다. 조선중기 명필로 알려진 석봉 한호가 쓴 초려시서의 글자로 백졸암 류직(1602-1662)이 지은 집자시다.
춘하추동 네 계절을 읊은 단율 5편으로 모두 8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폭에는 류직 자신의 서문이 있고, 제8폭에는 신사(1701) 정월이란 간기와 문인 이유장(1624-1701)의 발문이 있다. 발문을 통해 이 목판이 1701년에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석봉의 서법은 주지번의 찬탄을 받은 이래 우리나라의 선비들에게 매우 애중하게 여겨졌다. 비록 석봉의 글씨를 집자한 것이지만 왕희지의 해서에 바탕을 둔 높은 수준을 가늠할 수 있거니와 주지번이 “석봉의 글씨는 왕희지·안진경과 서로 갑을을 다툰다”고 한 평가한 결코 허언이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이 목판을 만들어 후세에 전한 사람은 류직의 손자인 류하시(柳夏時)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