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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서원의 향사

개요

서원에서는 사람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선현의 위패를 모시고 봄ㆍ가을로 제사를 지낸다. 성균관이나 향교 같은 관학에서 공자와 그 제자의 위패를 모시는 것과 달리, 서원에서는 두리나의 큰 선비나 서원의 큰스승을 제향한다. 서원의 향사는 복잡하고 엄숙하며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선비들은 그 절차를 통해 스스로를 단속하면서 곧은 선비의 몸가짐을 닦고, 선현의 뜻을 몸소 느끼게 된다.

이런 점에서 서원의 향사는 더 큰 의미의 교육이기도 한 것이다. 병산서원의 향사는 1613년 정경세 선생 등 지방 유림의 공의에 따라 서애 유성룔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존덕사(尊德祠)를 세우고 유성룡의 위패를 주향(主享)으로 모시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 1629년 부터는 유성룡의 셋째 아들 유진(柳袗)을 종향(從享)으로 함께 모신다.

분정례(分定禮)

향사 의례를 집행할 때 필요한 직무를 배분하는 절차이다.
향사일 전날 밤에 행한다.
향사의 참석자들은 병산서원의 강당인 입교당(立敎堂)에 모여 앉는다.
동쪽부터 헌관(獻官: 향사 때 술잔을 올리는 제관)들이 배석하고, 유사(有司)들과 알자(謁者: 초헌관을 인도하는 집사), 찬자(贊者: 홀기를 낭독하는 향사의 사회자) 등 제관들이 좌우로 배석하며, 학생(學生)들은 서쪽에 배석하여 분정을 기다린다.
배석이 끝나면 고지기가 “개좌 아뢰오”라고 세 번 외친다.
그러면 문중 어른이 신임 임원 명단과 향사시도록(享祀時到錄: 향사 참석자들의 방명록)을 준비하여 판서할 사람을 그 자리에서 정한다. 유사 1명과 고지기가 나와서 벽에 걸린 분정판을 내려서 새로 명단을 쓸 한지를 붙인다.

그런 다음 임원 명단과 시도록을 보면서 직무에 해당되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다.
다 적으면 학생이 분정판을 들고 입교당을 돌면서 배석한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병산서원에는 서애 유성룡과 그의 3남인 수암 유진 두 분의 위패를 모시므로, 헌관과 집사들의 명단도 따로 분정판을 마련하여 적는다.
이 과정이 다 끝나면 학생 중에서 1명이 “파좌합시다”하고 3번 외치고 모두 일어나서 같이 외친다.

진설(陳設)

진설은 향사에 올릴 제물을 차리는 절차이다.
향사가 아침에 거행되므로 진설은 새벽에 한다.
초헌관과 찬자, 유사 등이 고직사 마루에 배석한다.

제물을 준비한 고지기가 쌀부터 대추, 밤 등을 되로 세어 자루에 넣으면 초헌관과 유사들은 물목단자를 보면서 제물을 확인하고 학생은 ‘근봉’(謹封)이라고 쓴 한지와 함께 묶는다. 준비된 제물은 전사청(典祀廳)으로 옮기는데, 경우에 따라 존덕사(尊德祠)로 바로 옮기기도 한다.
제물을 사당에 옮기는 절차에 대한 예를 행하기 위해, 유사와 학생들이 동쪽에 연장자 순으로 서고 그 맞은편에 초헌관과 집사들이 직위 순서대로 위치한다.
이윽고 사당으로 제물이 들어오면 문중 어른이 “읍(揖)을 하이소”라고 외치고, 모든 이들은 제물이 다 올라갈 때까지 읍을 한다. 이로써 진설의 절차를 완료한다. 이 절차를 완료하면 주안상을 차려 환담하는 자리를 갖는다.

향사례 시작

본격적인 향사례는 아침 7시경에 시작된다.
향사 참가자들은 의복을 바로입고 사당 정문 앞마당에 도열한다. 이때 초헌관은 당상관이 입는 자주색 관복을 들고 사모를 쓰며 목화를 신고 홀을 든다.
다른 헌관들은 당하관의 의복인 남색 관복을 입고 사모를 쓰며 목화를 신고 홀을 든다. 다른 집사들과 참석자들은 도포를 입고 유건을 쓴다.
찬자가 홀기(笏記: 의례 순서를 적은 종이)를 들고 사당으로 들어가 존덕사 앞에서 재배를 하고 손을 씻은 뒤 홀기를 부르면서 향사례를 시작한다.
알자와 찬인(贊引: 아헌관과 종헌관을 인도하는 집사)은 축관(祝官: 축문을 낭독하는 제관)과 다른 집사들을 존덕사 앞으로 인도한 뒤 다시 밖으로 나간다.
축관과 제관은 손을 씻고 각자의 자리에 위치한다.
축관은 주독과 제기의 뚜껑을 연다.
그 다음 사당 밖에 있던 헌관들과 학생들이 알자와 찬인의 인도를 받으며 사당 마당에 배열한다.
헌관은 앞줄에, 다른 사람들은 뒷줄에 선다.
헌관이 두 번 절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두 번 절한다.
알자가 초헌관을 인도하면, 초헌관은 손을 씻고 존덕사 중문으로 들어가 신위 앞에 꿇어앉는다.
봉로(奉爐: 향을 피우고 받드는 제관)는 초헌관이 삼상향(三上香: 세 번 향을 올리는 것)을 돕는다.
초헌관은 몸을 굽혀 엎드렸다 일어나서 나간다. 알자가 초헌관을 인도하여 제자리로 모셔준다.

초헌례(初獻禮)

첫 번째 잔을 올리는 절차이다.
알자가 초헌관을 제주(祭酒) 항아리 앞에 인도한다.
초헌관은 신위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 잔을 올린다.
그리고 몸을 굽혀 엎드렸다 일어나서 뒤로 조금 물러나 다시 꿇어앉는다.

축관이 축문을 읽기 시작한다. 축문을 다 읽으면 초헌관은 몸을 굽혀 엎드렸다
일어나서 알자의 인도를 받으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아헌례(亞獻禮)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절차이다.
아헌관이 찬인의 인도를 받아 손을 씻고 제주 항아리 앞에 나아간다.
아헌관이 신위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 잔을 올린다.
그리고 몸을 굽혀 엎드렸다 일어나서 찬인의 인도를 받아 제자리로 돌아간다.

종헌례(終獻禮)

마지막 잔을 올리는 절차이다.
종헌관과 분헌관(分獻官)이 찬인의 인도를 받아 손을 씻고 제주 항아리 앞에 나아간다. 아헌관은 주향(主享: 유성룡)의 신위 앞에 나아가 꿇어앉고 분헌관은 종향(從享: 유진)의 신위 앞에 꿇어앉는다.

종헌관을 술잔을 올리고 몸을 굽혀 엎드렸다 일어나서 밖으로 나간다.
분헌관은 향을 피우고 술잔을 드린 뒤 몸을 굽혀 엎드렸다 일어나서 밖으로 나온다. 찬인이 종헌관과 분헌관을 인도하여 제자리로 돌아간다.

음복례(飮福禮)

신위에 올렸던 제물을 먹으며 복을 받는 절차이다.
축관이 제주 항아리에서 복주(福酒)를 뜨고 신위 앞에서 조육을 덜어낸다.
알자가 초헌관을 음복하는 자리로 인도하면, 초헌관은 서쪽을 향해 꿇어앉고 축관은 초헌관 왼쪽에 가서 북쪽을 향해 초헌관에게 술잔을 준다.
초헌관은 이를 받아 마시고 빈 잔을 축관에게 준다.

축관이 또 북쪽을 향해 조육을 건네면 초헌관은 받았다가 다시 준다. 이어 초헌관이 알자의 인도를 받아 제자리로 돌아온다.
모든 제관이 두 번 절한다.
그런 다음 축관은 제기의 뚜껑을 닫고 모든 집사와 학생들이 두 번 절한다. 이어서 축관이 주독을 닫는다.

망예(望瘞)

향사를 마치고 축문을 땅 속에 묻는 절차이다.
알자가 초헌관을 인도하여 망예하는 자리에 나아가 북쪽으로 선다.
축관이 축문을 가지고 와서 묻는다.
알자가 초헌관에게 다가가 향사례가 끝났음을 고한다.
알자와 찬인은 각기 헌관을 인도하여 밖을 나간다.
축관과 집사들은 절하는 자리로 나아가서 두 번 절한다. 그리고 모두 밖으로 나간다.
이어서 찬자와 알자, 그리고 찬인이 절하는 자리로 나아가서 두 번 절하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