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두서<자화상>, 김식<우도(牛圖)>
사군자나 산수화 외에도 선비들은 소나 말 등 동물을 소재로 한 영모화(翎毛畵), 꽃이나 새를 그린 화조화(花鳥畵) 등에서부터 인물화(人物畵)까지도 그렸다.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젖을 먹이는 송아지를 그린 김식(金埴)의 <우도(牛圖)>. 나무 아래에 백마를 섬세하게 그려낸 윤두서(尹斗緖)의 <백마도(白馬圖)>, 그리고 수염까지도 자세하게 그린 <자화상(自畵像)>. 마치 대화를 나누는 듯 나무 위에 마주 앉아 있는 까치를 그린 조속(趙涑)의 <노수서작도(老樹棲鵲圖)>.
자연 속에 은둔하며 도(道)를 즐기는 현자의 모습과 같이 동물들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윤두서의 자화상은 마치 매일매일 자신을 엄격하게 성찰해 가는 선비의 삶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박제가(朴齊家)의 <연자초령의모도>에서 보여지듯 조선 후기의 실학자들은 서양적 기법을 응용해서 문방사우로 음영법과 원근법을 활용한 그림을 그렸다. 이렇듯 선비들의 그림은 그들의 학문과 삶의 연장선상에서 추구된 '도'의 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