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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하회선유 줄불놀이

 

안동 하회마을에는 우리의 해학과 흥을 잘 들어내는 탈놀이가 이미 오래전부터 인정받고 있다. 이 탈놀이가 서민문화의 대표적 놀이문화라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양반들의 놀이인 줄불놀이도 함께 전승되고 있다. 조선 선조 때의 공신 유성룡이 관직에서 물러나 귀향한 뒤 그의 형과 더불어 낙동강에서 뱃놀이를 했다는 유래를 근거로 17세기경부터 줄불놀이가 시작되었다고 하나, 그 시원는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ㄹ자형으로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가운데 있으며, 강가에 만송정(晩松亭), 북쪽 연안에 겸암정(謙菴亭)·옥연정(玉淵亭)이 있고, 두 정자 사이에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룬 부용대(芙蓉臺)가 있어, 낙화놀이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다.
음력 7월 16일 밤 달이 떠오르면 10여명의 선비들이 기생들을 거느리고 나룻배를 타고 강물 위에 뜬다. 선비들이 서로 술잔을 권하며 정담을 나누다가 흥이 생기면 〈적벽부〉를 외우면서 시창(詩唱)으로 청풍과 명월을 즐기는데, 이때 배 위 하늘에는 줄불로부터 불꽃이 꽃가루처럼 떨어지고, 상류로부터는 수많은 달걀불이 흘러내리며, 부용대 마루에서는 불덩이를 던져 강기슭이 불꽃으로 뒤덮이게 한다.

줄불놀이의 하이라이트는 선비들의 시회(詩會)였다. 선비들은 달걀껍질이나 표주박에 기름으로 적신 솜을 붙여 띄워 보내고 그것이 옥연정사에 도착할 때 까지 시 한수를 지어야 했는데 이를 어기면 벌주를 내렸다. 이는 이날의 놀이가 단순한 놀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문학을 장려하는 일종의 교육적 의미도 갖고 있음을 뜻한다. 또한 음력 7월 16일은 계절적으로 농한기인 데다가 낙동강의 수량도 적절하여 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얻을 수 있는 시기이다. 따라서 단순히 양반만의 놀이라기보다는 서민과 양반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향토문화축제의 성격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서 전국에서 그 유래를 찾기 힘든 귀중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