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한정(夏寒亭) 주인 박록(朴漉, 1542～1632)의 시이다. 세속을 벗어나 자연을 벗하는 선비의 여유로운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하한정은 지금의 경북 영주시 문정리(文亭里)에 있는 정자로서, 삼복이라도 더위를 모른다고 하여 ‘하한정’이라고 이름 붙였다. 취수공(醉睡公)은 박록의 호이다.

身世相忘外 이 몸과 세상 서로 무심하니
溪山半醉中 반쯤 취해 산수에 눕다
睡餘無一事 오수(午睡) 끝의 여유로움
高枕草亭風 정자를 스치는 바람에 베개를 돋워 벤다.